역사적·문화적 층위에서 화교는 한국사회가 이문화의 집단을 접촉하였던 대표적 종족(민족) 집단이라고 하겠으며, 이들의 이주역사와 개인의 생애사는 한국사회의 변동, 즉 식민과 냉전의 역사와 정확히 중첩되어 있다. 한국화교의 특징은 우선 그들의 출신 지역이 대부분 산동성 지역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글은 부산에 거주하였던 화교들의 자료를 근거로 화교 사회의 단상을 파악해 보았으며, 또한 중국과 한국의 잇따른 내전 속에서 "전쟁"을 피해 온 화교들의 가족관계를 살펴보았다. 전쟁 피난민으로서 살기 시작한 부산의 화교 가족들은 단독 이주와 가족집단 이주에 따라 친척의 분포가 다르게 나타나고, 그것은 냉전체제의 영향을 반영, 이분화된 경향을 읽을 수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중국과 한국에서 모두 "전쟁"을 벌인 일본이 냉전체제 하에서 화교 1세와 2세들에게는 헤어진 가족이 소통할 수 있는 틈새적 공간으로 모색되었고, 혹은 생계기반을 도모할 또 하나의 공간으로서 활용되고 있었다. 1세들의 고향가족 상봉 이후 끊어질듯 한 가족/친척의 관계는 다시 복원되고 있으면서도 이들을 둘러싼 사회적 변화로 말미암아 그들은 또 다시 낯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