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목적은 미군정기 중등용 국어 교과서의 편찬 과정을 재검토하는데 있다. 해방 후 교과서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연구들은 대개 교과서가 이데올로기 기구 가운데 하나라는 전제하에 교과서가 어떻게 특정 이데올로기를 주입시켜 왔는지 분석해 왔다. 이들 연구가 지닌 의의를 무시할 수 없지만, 그 가운데는 교과서가 편찬된 일련의 과정들에 대한 실체적 검토가 불충분하여 몇몇 중요한 오류들을 드러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 글은 조선어학회가 펴낸 중등용 국어 교과서에 편찬 과정을 재검토함으로써 기존의 오류를 바로잡는 한편, 이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기존의 연구들이 교과서의 제재 선택을 몇몇 개인들의 영향으로 이야기해 온 것과 달리, 이 글은 교과서 편찬에 관하여 제 단체들 사이의 역학 관계 속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이 글은 조선어학회가 교과서 편찬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선어학회 중심의 교과서 편찬 방침에 제 학술단체들이 어떻게 반발했는지, 이 과정에서 좌파 계열의 문화 단체였던 조선문화건설중앙협의회가 어떠한 역할을 하고, 국어 교과서 편찬에는 어떻게 개입했는지 그 과정을 재구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