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국전쟁기 여성 형상화 방식과 그 의미에 대한 연구는 주로 여성작가들의 소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본고는 전쟁 시기 남성작가들의 작품까지 포함하여 여성이 형상화되는 방식과 그 의미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여성들도 한국전쟁의 고통으로부터 예외일 수 없으며, 오히려 그 고통의 한복판에서 있었다. 그리하여 이 시기 많은 소설들에서 여성들은 전쟁의 비참함을 드러내는 알레고리로서 자주 등장한다. 한국전쟁기 소설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여성 표상은 어머니이며, 그들은 전사를 낳거나 혹은 아들이나 남편을 전선으로보내는 역할에 충실하였다. 용감한 전사가 남성의 이상적 모습이라면, 아들을 낳고, 이들을 양육하여 전쟁터로 보내는 어머니는 여성의 긍정적 이미지를 대표한다. 한국전쟁에서도 여성의 동원은 비전투 영역, 즉 후방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생산과 소비, 병사들에 대한 지원의 영역에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총력전이었던 한국전쟁은 여성에게 전통적인 전시기 역할, 즉 후방에서 남성을 보조하는 역할을 넘어 전장에 나서도록 하였다. 한국 전쟁기 작품 속에서 전장에 나선 여성들은 주로 간호병으로 등장한다. 박영준의 「용사」(『사병문고』 3,육군본부 정훈감실, 1952.6)는 거의 유일하게 간호병이 아닌 전투병의 모습으로 전선에 나선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다. 박영준의 「용사」에는 수동성과 공격성을 겸비하고, 적과 맞서 싸울 때는 공격적이며, 남녀 간에는 남성에게 복종할 수 있는 여성상이 뚜렷하게」(나 있다. 전쟁 시기 작품들 중에는 전선에 나간 남성에 대한 정절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작품은 모두 전선에서 직접 전투를 수행하는 남성병사를 독자로 한 매체에 실린 작품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만큼전선에 나선 남성병사들에게 후방에 남겨진 여인들의 정절 문제는 무엇보다 긴급한 과제였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설 속의 여인들은 하나같이 남성병사들이 가질 법한 판타지(fantasy)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들은 창녀 혹은 주검이 되어서라도 전선에 나선 남성들을 향한 일편단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전쟁기에 국가나 사회보다 개인의 욕망을 우선시하는 여성들은 ‘전후파 여성’이라는 말로 일반화되었고, 소설에서 이들은 정신적․육체적으로 강력하게 비난받는다. 여성 작가와 남성 작가가 공통되게 형상화한 전쟁기의 여성들은 아들을 나라에 바치는 군국의 어머니, 후방의 가족을 지키고 전쟁을 지원하는 어머니 그리고 전선의 병사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연인의 모습이였다. 이와 더불어 남성 작가의 작품에는 ‘전쟁의 고통을 대표하는 알레고리로서의 여성’, ‘정조와 목숨을 맞바꾸는 여성’, ‘부정적으로 형상화된 전후파 여성’의 모습이 새롭게 형상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중에서 ‘정조와 목숨을 맞바꾸는 여성’이나 ‘부정적으로 형상화된 전후파 여성’의 모습에는 당대 남성(작가)들이 느끼던 (무)의식적인 소망과 공포가 반영되어 있음에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전쟁기 소설에서는 여성이 끊임없이 도구화․열등화 되어 전쟁을 위해 동원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