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중요한 개념들이 그렇듯이, 유럽화(Europeanisation) 역시 뚜렷한 정의를 내리기란 쉽지 않다. 이 개념은 흔히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빗대어 유럽연합(EU)의 정체성을 드러내는데 사용되어 왔다. 즉,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유럽회의(Council of Europe),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과 같은 기구들을 가리키는 정치제도적인 EU용어가 아니라, 유럽의 가치와 비전을 담은 목표지향적인 용어인 셈이다.
이 글에선 유럽 재정위기의 상황에서 독일 정부가 강제하는 베를린 컨센서스에 초점을 두고서 유럽화 담론의 변환을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스와 같은 몇몇 유로존 국가들은 유럽 집행부에 의해 긴축재정 같은 경제개혁의 채택을 강하게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유로존 국가들의 공공재정 개혁은 필요하지만, EU 차원에서 그 해결책으로 회원국들이 독일식 경제 모델로 변환되길 강력 권고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논문 구성과 관련하여, 연구자는 유로존의 실패국가들에게 강제되는 베를린 컨센서스 개념을 정리하고, 유럽화의 이론적 쟁점과 전개과정을 살펴본 뒤, EU 전개과정의 미래를 전망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베를린 컨센서스의 확산에 유럽화 담론의 변환을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