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발표된 박완서의 단편소설 「그 남자네 집」은 작가 자신의 연애를 전면화한 자전소설이다. 2004년, 작가는 이 단편소설을 흡수하여 동명의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으로 개작해서 발표했는데, 장편은 자전적 외장을 유지하지만 허구적 변형을 많이 가했기 때문에 기존의 자전소설의 스토리라인과 연결해서 읽으려드는 독자들의 기대지평을 외면하고 있다. 장편소설의 중심 서사는 전쟁에 나갔다가 상이군인이 되어 돌아온 '그 남자' 현보와 '나'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 한때 양공주(기지촌여성)였다는 이유로 미국의 한인사회에서 외면당하는 춘희의 이야기로 압축된다. 화자는 한국전쟁으로 운명이 굴절된 현보와 춘희, 이 두 사람과 이어졌던 50여 년의 관계를 연민과 동정의 시각으로 반추한다. 작가가 '번복'의 혐의를 받으면서까지 서사구조를 변형시켜 장편소설로 다시 쓴 것은 단편에서 부각시킨 화자와 '그 남자'의 사랑 이야기가 작가 자신의 개인적인 사랑 이야기로 읽히는 데 대한 아쉬움을 극복하고, 전쟁을 체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도 개인의 운명을 일그러뜨린 전쟁의 피해상을 공적으로 환기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