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길준은 한국 정치학의 태동기를 대변하는 선구자였다. 그러나 그의 저작들을 한국 정치학의 효시라고 간주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그의 저술들은 근대 정치학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정치 평론의 성격을 띠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저작들은 서양 사회 과학을 적극 수용하고 이를 한국에 적용한 것으로서 한국 근대 정치학의 탄생을 '예고'하였다고 할 수 있다. 또 유길준은 당시 조선의 독립이라는 명제에 천착하고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개화의 등급 등 독창적인 논설도 창조함으로써, 한국'적' 정치학의 태동에 한 방향을 제시하였다. 그러한 방향 제시는 지식인의 논설에 처음으로 국한문 혼용을 사용함으로써 언어 생활의 자주성을 모색한 데서도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그의 저작 자체를 한국 정치학의 효시라고 하기는 어려우나, 유길준은 한국 정치학과 한국적 정치학 모두의 탄생을 예고하고 그 방향을 제시한 선구자였음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