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목적은 다중 플랫폼 시대로 통칭되는 경쟁적 방송미디어 환경 속에서 전통적인 공영방송의 위상에 어떤 도전과 위협이 제기되고 있으며, 공영방송의 역할에는 어떤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제도권과 학계에서 이루어져 온 공영방송이 추구하는 공익성의 내용을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공영방송의 공익성의 목표를 민주주의에의 기여,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라는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했다. 이 두 가지 차원을 토대로 공영방송은 과연 정당성을 지니는지, 더 나아가 다중 플랫폼 상황의 전개과정 속에서 공영방송의 정당성은 과연 유지되는지를 검토했다. 이러한 검토를 통해, 이 글은 다중 플랫폼 시대에도 민주주의와 관련한 공영방송의 역할은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미디어들의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며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은 여전히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영방송이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지에 대해서는 그 답변이 유보적이고 미래가 밝은 것도 아니지만, 공익적 프로그램이 공공 캠페인 방송으로 간주되는 인식의 경직성을 시급히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점, 그리고 공영방송이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공영방송의 재정기반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이 논문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공영방송제도 자체를 흔드는 근시안을 벗어나 중장기적 시각에서 이 제도를 유지, 발전시켜 간다는 기본전제가 사회구성원들 사이에 공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