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북한연구들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공간적 구체성이 매우 미약했다. 다양한 사회현상이 공간적으로 드러나는 양태는 물론이고, 공간이 권력의 운영 방식 및 사회적 관계에 미치는 영향, 공간을 전유하는 행위자들의 실천이나 적응 방식, 권력이 공간적으로 구현되는 방식, 주민들이 일상을 통해 공간을 전유하는 방식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관심을 갖지 않았다. 다시 말해 사회와 공간의 상호작용 과정에 대한 이론적·경험적 연구가 매우 미약했다. 결국 북한연구는 많은 부분 정태적이고 평면적인 설명에서 벗어나지 못해 왔다. 이 글은 그간 북한연구에서 주목하지 않아 왔던 북한의 도시를 다양한 사회문화적 실천과 정치적 과정이 펼쳐지는 역사적 장소들로서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그것은 북한체제 성립 이후 인간 행위와 도시 사이의 관계와 도시성(urbanity)을 규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글에서는 도시사 접근이 북한연구에서 갖는 가능성을 시론적으로 모색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