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도심 속에 있는 전(前) 미군 하야리아부대의 공간적 변용과 그 의미를 개인의 생애를 통해 살펴본 것이다. 하야리아부대는 부산 대도심 속에 위치하며, 일제시기 경마장을 거쳐 해방 후 줄곧 미군부대였으나 2006년 8월을 기점으로 폐쇄되어 현재 시민공원으로 조성 중에 있다. 시민공원화 되는 이 사업은 ‘100년만의 재회’로 평가되고 있다. 특정의 의미를 기념하는 공간은 그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집단의 정체와 무관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을 내면화하고 강화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본 전 미군 하야리아부대 공간적 변천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경마장과 군기지 간의 긴밀한 상호관련성에서 찾을 수 있는데, 즉 경마장 조성 후 군기지가 확대되는 패턴을 볼 수 있었다. 공간의 변화에는 형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의미의 지층들이 내포되어 있다. 이를 본문에 소개한 정씨(전 하야리아부대 목수)와 박씨(카투사)의 부대 생활경험을 통해 밝혀보고자 하였다. 경마장과 미군부대로의 연속적 공간적 변용은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정씨의 경험과 구조적으로 연결되며, 미군 보급품의 수송역할을 맡은 박씨는 도시 속 미군부대가 미국상품의 유통거점이 되는 경제적 측면을 보여준다. 미군기지의 확대과정은 개인소유의 토지가 국가에 의해 공공화 되는 과정이었으며, 그 역으로 토지에서 이탈된 주민들이 군기지 주변으로 귀속되는 생활세계의 변화가 일어났다. 이처럼 다양한 공간적 의미들은 하야리아부대가 도심 속에 위치하여 교통과 사회적 연결망의 중심에 있었으며, 미군부대의 보급품을 다룬 경제적 측면 및 그 물자의 수송이 이뤄진 부산항이라는 주변의 물리적 여건들이 만들어낸 중층성 속에서 나타난 결과이다. 한 공간을 표상화하고 상징화하는 작업은 그 다양한 의미의 지층들을 어떻게 복원 및 살려내는가의 문제를 안고 있다. 시민공원으로 변화한다는 것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공간의 ‘재탄생’을 의미하는 동시에 그것은 또 다른 공간의 변용이기도 하다. 1세기 가까이 식민과 냉전의 영향이 각인된 이 도심공간이 어떠한 의미의 사회적 관계를 탄생시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