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소희의 해방기 소설 ?투전(投錢)?에는 일관성 있는 독해를 방해하는 요소가 존재한다. 그 일관성 있는 독해란 바로 페미니즘의 독법이다. 표면적으로 이 소설의 서사구조는 남성 가부장중심적인 이데올로기 질서 속에서 한 여성이 ‘투전(投錢)’이라는 행위를 통해 그것에 항거하지만 결국 다시 ‘가정’으로 복귀한다는 단순한 구조이다. 가부장적 질서에 대한 항거는 주인공 여성의 귀가로 인해, 기존의 남성중심적인 질서를 파괴하거나 젠더 위계를 전복시키지는 못하고 단지 일회적인 ‘일탈’로 그치고 만다. 페미니즘의 독법으로 보자면 전형적인 한계를 지닌 작품이다. 하지만 이 표층서사에 부합되지 않는 세 가지 서사상의 이탈은 페미니즘 독법으로 환원되지 않는 잉여를 남긴다. 이러한 서사상의 잉여들은 해방기 소설의 한계로 지적되어 온 의식의 과잉을 초월해 해방 후 소설이 지닐 수 있는 비판적 성찰의 한 양상을 징후적으로 보여준다.
이 불가해한 장면들을 이 글에서는 속물(snob)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하고자 했다. 스노비즘의 어원적, 사회학적 고찰을 ‘자신을 타인과 구별하면서 사회적 차이화를 이루는 소속감’으로 통칭할 수 있다면 ?투전?의 인물들은 공통적으로 속물이라 칭할 수 있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인 정란의 남편 준식은 그녀를 과시적 소비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제국인, 혹은 근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뿐만 아니라 정란 역시, 만주유민의 서사를 인유함으로써 전도된 스노비즘의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정란의 행위는 이중의 스펙터클화라는 노출 전략을 통해 조선인뿐만 아니라 식민지본국인마저도 속물로 만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민족, 국가, 혹은 모성에 대한 해방기의 과시적 소비는 일종의 환유의 세계를 구축한다. 그것은 해방기의 가장 대표적인 속물근성 중 하나인, 미국인되기(채만식, ?미스터 방?)와 일본인되기(황순원, ?술 이야기?)와 동일한 방식으로 조선인되기라는 문제틀을 제기한다. 역설적이게도, 이 환유의 세계 속에서 과거 식민본국이었던 일본이라는 대타자가 환기되는 점은 제국/식민지의 종언 이후에도 여전히 스노비즘이 시대의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투전?은 이 환유의 세계를 해체하고 식민주의의 본질을 간파하는 논리를 재구축하는 제3의 범주, 즉 서사적탈식민을 요청한다.Narrative structure of Tujeon, Son So-hie's novel during the liberation period is rather simple; a woman resists patriarchal ideology through the behavior of ‘Tujeon’ but finally she returns to the 'family'. It has typical limitation from the prospective of feminism. However, it requires quite different interpretation owing to three narrative deviations not corresponding to surface narrative. This article sought to explain this, using the concept of snobism. If snobbism could be named as ‘a sense of belonging, achieving social differentiation by differentiating oneself from others’, characters in Tujeon are all snobs. Junsik, who is the husband of Jeongran - the heroine of this novel, considers her as a person of conspicuous consumption and is in pursuit of an empire or modernity. Moreover, Jeongran also shows aspect of reversed snobbism through narrative of Manchuria migrants. However her behavior makes not only Koreans, also people from homeland for colony as snobs by means of exposure strategy producing dual spectacles. Conspicuous consumption of nation, people or maternity during the liberation period constructs a kind of metonymic world. Snobbism, which may be called common consciousness during the liberation period, requires the third category dismantling this metonymic world and reconstructing logics of seeing through the essence of colonialism - narrative of decoloniz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