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에서는 소비자의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인식이 실제 행동과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심층면담과 동반쇼핑 참여관찰 결과 비교를 통해 밝히고자 하였다. 총 52명의 소비자들의 인식에 대한 심층면담결과와 참여관찰결과는 일관되게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얼리, 침대, 정수기의 구매에 대한 조사결과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은 매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사전에 인식한 것보다 디자인에 대한 고려를 훨씬 많이 하고, 대신 가격에 대한 고려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 이유로 다음의 네 가지를 발견하였다. 첫째, 매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보아야만 생각나거나 부각되는 것들이 있는데, 특히 디자인 등의 감성적인 요소들이 이에 해당된다. 둘째, 매장에 가기 전에 브랜드별 가격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하고 가는 소비자들의 가격에 대한 관심은 매장에서는 크게 줄었다. 셋째, 매장 직원들이 다른 요소보다 제품의 디자인적인 측면의 우수성을 지적하면서 구매의욕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았다. 넷째, 매장 직원들은 관심 있는 상품을 발견했음에도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소비자를 여러 방법으로 설득하여, 이들이 생각하고 있던 가격의 상한선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소비자들이 기능적 측면의 중요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던 침대와 정수기의 경우 매장에서는 기능에 대해서 알아보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제품의 기능적인 측면이 매장에서 뚜렷이 보이지 않고 직원들도 알기 쉽게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소비자가 판단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능에 대한 고려를 ‘브랜드 이름’으로 대치하거나(침대) 부가적인 기능에 대한 고려로 바꾸거나(정수기), 고려를 포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간혹 전문성을 가지고 성심껏 기능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직원을 만나는 경우에는 기능적인 측면의 고려사항이 가장 중시되는 동시에 ‘매장 직원의 전문성’이나 ‘직원 호감도’ 자체가 중요한 고려사항에 포함되었다.
본 연구의 조사결과는 소비자들의 행동을 소비자가 인식하는 행동 중심으로만 조사한다는 것이 얼마나 제한적이고 부정확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소비자들이 의도하지 않게 사실과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으며, 자신이 선호한다고 생각한 것들도 실제 구매 상황에서 얼마든지 잊어버리거나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스러운 삶의 현장에서의 관찰 및 참여관찰을 실시하고 지속적인 심층면담을 병행하는 에스노그라피적인 방법을 부분적으로라도 도입함으로써 소비자의 니즈에 대한 통찰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