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 이상의 성과가 축적되어온 중국조선족 문학 연구가 문학사 기술을 통해 도약해야할 시점에 있다. 문학사를 기술하면서 지금까지의 중국조선족 문학을 이끌어온 일관된 원리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앞으로의 연구가 추구해야할 가치 또한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식민지 시기의 중간자적 입장이나 한중 수교 이후 ‘제3의 정체성’ 표명 등의 역사적 사례를 통해 중국조선족의 역사 및 문학사를 이끌어온 중심원리는 생존을 위한 실리적 선택, 자기보존의 욕망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주변부 소수민족의 지난한 삶의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기에 주변부 소수자의 ‘다른’ 시선, 연대의 가능성으로 이끌어질 수 있음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중국조선족의 역사적 경험과 그에 대한 기억은 ‘제3의시선’, 경계의 시선을 보여주는 소중한 사례로서 폭넓게 공유되고 끊임없이 기록되어야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민족 혹은 종족적 정체성과 함께 농민으로서의 정체성도 중국조선족의 독자성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농민으로서 농토를 찾아 이주하였고 수전개간과 벼농사를 위해 집단생활을 영위해왔던 중국조선족은 농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통해 중국의 사회주의 정책에 동조/비판하기도 하고 공동체 내의 응집력 또한 강화해온 측면이 있다. 이러한 농민정체성은 고려인문학과 함께 비교 서술될 수 있으며 이는 한민족 통합문학사 서술의 한 모델이기도 하다.
중국조선족 문학사를 포함한 한민족문학사 서술을 통해 앞으로의 재외 한인문학 연구가 통합지향성ㆍ중심지향성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약자 소수자의 연대의 한 사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