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타니 고진은 『세계사의 구조』에서 사회구성체의 역사를 ‘교환양식’의 관점에서 재해석함으로써 세계사에 일정한 구조가 존재함을 밝히고자 하였다. 헤겔적 의미에서 역사에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은 역사에 종말이 존재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그러나 가라타니는 칸트와 마르크스를 오가며 ‘구조는 존재하나 종말은 없는 역사’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이러한 역사의 구조가 초래하는 효과는 그동안 그가 칸트적 의미에서 규제적 이념이라고 제시했던 교환양식 D의 도래를 역사적 필연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역사적 필연이 작동하는 방식을 프로이트의 ‘억압된 것의 회귀’에서 찾았다. 요컨대 그에 따르면 ‘규제적 이념’은 ‘억압된 것의 회귀’로서 도래한다. 이 글에서는 『세계사의 구조』에서 말하는 역사의 구조와 구조적(역사적) 필연성의 논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