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법상 신인의무는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로 구분된다. 우리나라 상법은 1998년 개정에서 충실의무에 관한 조항으로 제383조의3을 도입하였지만, 판례 및 통설에 따르면 이 조항은 영미법상의 충실의무를 도입한 것으로 해석하지 않고 선관주의의무를 추가적으로 또는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조항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우리 상법상 신인의무의 기본구조는 영미법상의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결국, 우리 상법상 신인의무의 범위가 영미법에 비하여 더 좁게 규율되고 있다.
또한 우리 상법에서는 선관주의의무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사의 임무해태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경영판단의 원칙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대법원은 경영판단원칙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경영판단의 내용까지도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영미법상의 경영판단의 원칙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이사가 경과실에 의해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도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더욱이 미국에서 허용되는 일정한 절차를 거친 경영판단에 대한 적법성 추정규정이 우리나라에서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이에 따라 원고가 이사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임무해태를 입증하는 경우 이사가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주)대우의 계열회사 지원에 대한 판결에서 대법원은 경영판단의 과정에 대해서는 합리성의 원칙을 적용하고, 경영판단의 내용에 대해서는 현저한 불합리가 없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계열회사에 대하여 자금지원을 하는 경우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인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경영판단이 수반된 사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영판단에 대한 판단기준이 보다 더 구체적이고 유형화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