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전문 용어 제정 및 표준화의 원리를 살피고자 하는 차원에서 김두봉(1932)의 ‘과학 술어와 우리말’을 분석하고, 그의 순화 대상어 선정 원칙과 말 다듬기 방법을 고찰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김두봉(1889~?1961)은 주시경의 제자로서 1913년 3월 2일 ‘배달말글몯음(나중에 한글모로 이름을 바꿈)’의 고등과 수료생이었다. 그는 1916년 『조선말본』(신문과)을 지었고, 1922년 상해에서 『깁더조선말본』을 펴냈는데, 그의 말 다듬기 원리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과학 술어와 우리말’은 1932년 환산 이윤재가 상해에 있는 김두봉을 찾아가 받아 적어 온 것으로 『한글』 제1권 제4호에 실려 있다. 이 자료는 ‘물리학’, ‘화학’, ‘수학’ 분야의 521개 어휘를 우리말로 순화한 것으로, 최초의 우리말 전문 용어 다듬기의 사례로 볼 수 있다.
‘과학 술어와 우리말’의 대상 선정은 교과서를 중심으로 한 한자어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어휘와 숙어를 모두 대상으로 하였다. 또한 말 다듬기는 의미의 차원에서 한자 낱뜻에 해당하는 토박이말을 찾아 대응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대상어에 포함된 전문 용어의 의미나 용법이 고려되지 않은 한계가 있었으며, 조어법상으로 볼 때에 비통사적 조어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그의 말 다듬기는 광복 이후 전문 용어 표준화 및 국어 순화의 방향을 정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