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미술은 지난 30년간 급속한 변화와 발전을 겪어 왔다. 새롭게 서양의 현대미술과 사상을 받아들인 작가들은 빠르게 이를 습득하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소화하였다. 1980년대가 중국 현대미술이 서양의 현대미술을 배우고 익히는 시기였다면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이르러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은 새로운 관점에서 현대미술을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관점과 해석 중에서도 본고가 주목한 것은 레디메이드 방식의 오브제 작품들이다. 특히 중국 작가들 중 일부는 문화적 유물 그 자체를 이용한 레디메이드 작품을 제작하였는데 본고는 그 대표적인 작가로 아이웨이웨이와 송동의 작품을 선택하여 연구하였다. 이 두 작가의 작품들은 중국의 긴 역사와 방대한 문화 자체를 그대로 드러냄으로 강력한 중국성을 지닌다. 이 작가들은 왜 이렇게 문화유산을 이용하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무엇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본고는 세 가지 방식, 파괴, 변형, 수집으로 문화유산을 이용한 작품들을 나누어 연구하였다. 아이웨이웨이는 한 대의 도자기와 같은 역사적 가치를 가진 유물을 떨어뜨려서 깨어버리거나 그 위에 새로운 색을 입히는 등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방식으로 문화 유물을 작품에서 이용한다. 이러한 그의 행위는 문화혁명과 언론의 탄압 등의 중국 현대사와 작가 자신의 개인사와 겹쳐져 더 많은 해석의 여지를 제공한다. 변형은 오브제를 활용한 작품들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방식이다. 높은 가치를 지닌 명대의 가구를 해체하고 재조립하여 가구의 용도를 바꾸는 아이웨이웨이의 변형은 가구에서 작품으로 오브제의 가치를 변화시킨다. 송동은 아이웨이웨이와 달리 흔하게 버려져 있는 창문틀과 문틀로 조각적인 오브제를 만든다. 송동은 오랜 기간 동안 각종 생활 용품을 수집한 어머니와 함께 작품을 제작하였다. 이 수집품들은 지극히 사적인 물건들을 통해 현대 중국의 가까운 과거를 다시 돌이킨다. 이렇게 특별한 가치를 지닌 사물들로 제작된 레디메이드 작품들은 기존의 뒤샹의 레디메이드와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오브제를 이용하고 있다. 이들은 서사성을 강조하고, 개인적인 취향을 강하게 드러내며 시각적인 효과를 이용하는 것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전통과 문화적 정체성을 주저하지 않고 강조하는 것은 후동방주의와 같은 선상에서 중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전략 중 하나이다. 중국의 전통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현대미술의 전략과 작품에 대한 이해는 전통과 그의 활용이라는 동일한 과제를 지닌 우리 현대미술에도 의미 있는 참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