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론의 역사는 롤랑 바르트를 기점으로 전과 후가 나뉜다. 바르트 이전에는 사진계에도 미술계에도 속하지 않은 ‘일반’ 저술가들이 사진에 대한 이론적 통찰을 드문드문 제시했을 따름이라면, 바르트 이후에는 특히 영미권의 사진계와 미술계에 속하는 ‘전문’ 저술가들이 이론적 주장을 촘촘하게 쏟아낸 것이다. 이 논문은 무엇이 이런 변화를 촉발했고, 바르트는 이런 변화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규명한다. 영미권의 사진 이론에서 뚜렷하게 일어난 이 변화의 배경 내지 동인은 현대 미술에서 일어난 거대한 지각 변동, 즉 모더니즘 미술의 쇠퇴였으나, 이에 대한 사진계와 미술계의 반응은 형식주의 사진이론과 포스트모더니즘 사진이론으로 상이하게 나타났다. 그 다음 바르트가 사진 이론의 역사에 남긴 유산을 살펴보면, 전기의 의미론과 후기의 존재론은 연속과 반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결론에서는 바르트의 전후기 사진이론이 형식주의 및 포스트모더니즘 사진이론과 맺고 있는 관계를 살펴보고, 형식주의 사진이론에 대해서는 전기의 의미론도, 후기의 존재론도 모두 관계가 없으며, 포스트모더니즘 사진이론에 대해서는 전기의 의미론이 큰 영향을 미쳤으나, 후기의 존재론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