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1980년대의 극사실 회화와 유사하면서도 차별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1990년대 이후의 극사실 회화의 의미를 고찰하였다. 관련한 작품의 특성을 크라우스가 제시한 포스트-매체 조건 시대에 대한 개념을 바탕으로 분석하여 2세대 극사실 회화의 변별적 특성을 파악하고 그 의미를 제시하는데 목적을 가진다.
먼저 1970년대 한국 극사실 회화가 성립한 후 최근까지의 전개과정을 살펴보았다. 이 과정에서 두 세대로 나누어지는데, 이는 1990년대 한국의 상황과 관련있다. 1990년대는 이전에 비하여 경제적 부가 창출되면서 보다 국제화되고 개방적인 문화가 형성되었으며, 컴퓨터의 보급으로 디지털 문화가 새로운 세대에게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와 그 이후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2세대 한국 극사실 회화 작가들은 앞선 세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으면서도 자신들만의 표현을 구축하였다. 그 바탕에는 디지털 매체의 사용과 미감이 있다.
1990년대 이후 극사실 회화 작가들은 디지털 카메라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디지털 이미지를 만들고 보정을 한 후 이를 화폭에 옮기는 작업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통하여 작가들은 이전과 다른 디지털적인 화려하고 생생한 색감과 화면을 구성하며, 동시에 인간의 시각으로만 지각할 수 있는 형태와 색감을 회화를 통해 구현한다. 이 과정에서 크라우스가 말한 매체의 재창안이 이루어진다. 크라우스는 매체의 경계가 흐려지고 혼합이 되는 포스트-매체 조건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매체의 재창안을 제시하는데, 이는 벤야민이 말한 쇠퇴한 매체에 대한 기억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 극사실 회화 역시 물감과 캔버스라는 회화의 지지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작가의 자동기술적 구조를 통하여 회화 화면을 구조화한다. 이 과정을 통하여 극사실 회화에서는 모더니즘 시기 이후 잊혀졌던 회화의 재현적 기능과 인간의 시지각을 회복하고 서사성을 부여한다. 그러므로 1990년대 이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 극사실 회화는 오래된 매체에 대한 답습이 아닌, 새로운 시대에 맞는 매체의 재창안이라고 그 의미를 진단해볼 수 있다. 그러므로 과거와 다른 미감과 소재를 통하여 새로운 회화를 제시하고 있는 1990년대 이후 한국 극사실 회화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The goal of this study is to analyze hyperrealism paintings made since the 1990s. The hyperrealism painters have created and corrected digital images with digital cameras and computer programs. Then they paint shapes and vivid colors that can be perceived by human vision, on a canvas. This process is similar to the concept of reinventing the medium as told by Rosalind Krauss. She suggests that the reinventing of the medium overcomes the age of post-medium condition, where the identities of the media are blurred and mixed and are based on memories of obsolete media. In this regard, Korean hyperrealism paintings support paintings and canvases, but they also structure the paintings through the automatism method of the artists. Thus, hyperrealism paintings restore the representation of paintings, human perception, and narratives that were denied in Modernism. Therefore, Korean hyperrealism paintings, which have been attracting attention since the 1990s, can be analyzed as reinventing the medium for a new age, rather than following the ol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