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초점은 시장화 현상의 확산에 따른 북한체제의 성격변화이다. 북한의 시장은 기존의 계획경제가 붕괴한 곳에서 시작하였다. 하지만 시장이 확산되면서 계획과 시장의 영역이 혼재되고,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북한의 국가는 한편으로는 시장을 통제하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을 활용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지도자와의 사적 관계가 중요한 북한의 가산제적 국가 특성에 시장화 현상이 결부되면서 나타나는 변화이다. 북한 시장의 주요 행위자들은 권력기관 혹은 관료들과 결탁한 사람들이거나 그들 자신이다. 즉, 관료들은 시장을 활용하거나 이에 기생하여 사적 이득을 수취하고, 시장행위자들은 적극적으로 이들과 결탁하여야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북한 내에서는 조직적이고 관행화된 부패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부패정(kleptocracy)은 제한적이지만 경제성장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부패는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저해하지만, 공식적 제도가 부재한 상태에서 부패는 거래비용을 감소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대북제재에 대한 내구력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북한이 진정한 경제성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 포용적 경제제도의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 체제하에서의 발전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시장화에 따른 부패의 누적적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체제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정비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