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애정전기소설의 특징 중 하나는 여성이 스스로 자신의 결연 상대를 선택하며, 신분 차이나 문벌 차이에 따른 역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상대와 애정 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여성의 주체적 태도는 사회 제도나 관습의 질곡에 대항하여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자칫 애정을 개인적인 감정으로만 이해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실상 애정이란 그 자체가 현실의 산물이며, 사회 제도나 관습의 영향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애정과 현실의 관계를 곧 개인과 사회 간의 대립 관계로 파악하는 것은 인물이 추구하는 애정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특히 애정 그 자체가 이미 그것을 추구하는 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의 질곡을 반영한 결과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개인의 애정과 사회 현실을 갈등 관계로만 보는 시각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본고에서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애정전기소설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여 여성 인물들의 현실적 처지와 관련하여 그들이 추구하는 애정의 성격을 비교 고찰하였다. 그리하여 애정전기소설에서 여성의 주체적인 애정 의지는 각자의 신분과 사회적 처지에 따라 지향하는 바가 서로 다르며, 그들의 애정 욕구는 각자의 처지와 그에 따른 삶의 문제를 반영한 결과물임을 논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