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서해안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는 풍어제 무구의 양상과 의미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지역적 특수성과의 연계성 속에서 풍어제가 갖는 의의 분석 및 풍어제의 특징을 조명해 보는 데에 그 목적이 있었다. 연구대상은 풍어제 전승 지역 중 지역민이 주관하고 巫가 의례를 주재하는 인천의 북성포구·충청도의 안섬·전라도의 법성포를 중심으로 하였다.
서해안지역 풍어제는 마을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한다는 점에서 그 목적은 동일하다. 풍어제에만 나타나는 무구의 양상은 크게 서해안 전역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것과, 일부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구분된다. 보편적 상징물로는 제장이나 배에 장식되는 뱃기와 바다에 띄워지는 띠배가 있다. 뱃기는 대체로 그 형태가 유사하며 하당신을 위한 의례에서는 제의가 행해지는 장소마다 이것을 세워 놓고 그 앞에서 의례가 연행되어 장식되는 장엄구로서 기능한다. 이와 달리, 일부지역에서는 한 해의 운세를 점치거나 축원을 받는 상징물로 인식된다. 띠배는 액운을 가져가는 상징물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인 가치를 지니지만, 그 형태는 여러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일부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상징물로는 봉죽과 임경업장군기가 있다. 봉죽과 임경업장군기는 충청도를 포함한 그 북부지역의 풍어제에만 나타나고 있다. 과거 봉죽은 중선 이상의 조기잡이 배들에게 조기만선의 표상이었다. 봉죽은 풍어제에서 일시적으로 종교적 상징물로 전환되었으며, 조기잡이가 한창이던 시기에는 서해안지역 전역에 널리 분포되었을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 근거로 봉죽타령이 황해도에서 전라도일대까지 전승되고 있고, 봉죽놀이가 전라도 일대에 전승되고 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봉죽은 서해안지역 풍어제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던 무구 중의 하나였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봉죽은 과거와 달리 현재는 항시적인 상징물로 풍어제 의례 속에서 전승되고 있다. 임경업장군기는 조기잡이 법을 가르쳐줬다고 믿어지는 임경업장군 神像의 상징물로 제장에 장식된다.
서해안지역은 과거 조기어업문화권역으로서, 이 지역에서 행해지는 풍어제는 조기풍어를 기원하는 목적이 컸으며, 그러한 문화적 기반이 의례적 상징물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현재 조기어획량의 감소로 과거에 비해 서해안에서 조기잡이는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나, 여전히 풍어제에서는 조기잡이와 관련된 무구가 전승되고 있다는 점이 서해안지역 풍어제 무구가 갖는 특징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또한 풍어제는 마을주민을 위한 의례로, 그 신앙의 수용대상이 제한적이었다. 근래에 들어, 일부지역에서는 풍어제를 지역축제로 발전시키려는 목적으로 띠배의 외형을 확대하고 그 상징의 수용대상을 외부인에게까지 확장시키고 기원목적 또한 다양화하고 있다. 이는 공동체 신앙이 약화되고 개인의 기복발원이 보다 강조되는 양상으로 변화되는 경향이 풍어제 상징물에 표상된 것으로 이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