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제주도 무속을 중심으로 현용준의 물질문화 연구의 경향과 성과를 살펴보고, 그 연구의 특징과 연구가 갖는 의의를 분석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현용준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당시 무속의 물질문화는 주목받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로 인해, 물질문화와 관련된 많은 기초자료 또한 축적되지 못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현용준은 1960년대부터 제주 무속의 물질문화를 개별적인 연구대상으로 파악하여 이에 대한 연구를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제주도 무속연구를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가 가능하게 한 연구자라 할 수 있다.
현용준의 연구 성과 중 무속의 물질문화와 관련된 연구는 여러 면에서 의의를 지닌다. 첫째, 일제강점기에 조선의 무속을 연구하였던 일본인 연구자들인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과 아끼바 다까시(秋葉隆) 이후 한동안 간과되어 왔던 무속의 물질문화에 관심을 갖고 그와 관련된 연구 성과를 축적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 현용준의 연구는 물질문화 연구에 가장 기초가 되는 재료 및 형태와 구성요소에도 주목하여 그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셋째, 제주 무속의 물질문화 연구사를 논의하기 위한 실증적인 아카이브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과, 도식화 자료를 통해 물질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게끔 하였다는 점이다. 넷째, 물질이 갖는 다양한 의례적 표상을 상세하게 정리했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제주 무속의 의례주재자인 심방이 의례 과정에서 신의 의사를 알려주는 신칼과 산판의 경우 여러 다양한 경우의 수를 그림 자료로 제시하여 이를 설명하고, 의례의 상황에 따라 혹은 의례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의미를 분석하였다. 다섯째, 현용준은 제주도 무속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요소라 할 수 있는 서사무가인 본풀이 속에서 제의공간인 무속의 신당과 제물 그리고 멩두와 신간의 기원과 유래를 분석하였다. 제물의 경우, 문화요소 중에서 가장 변화가 더딘 요소로 보고, 본풀이 속에서 신이 즐기는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을 밝혀내고 그 속에서 신의 위계 관계를 분석해 내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의의를 지니지만, 현용준의 연구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현용준의 물질문화 연구 중 심방과 샤먼의 비교를 위해 기메와 멩두가 지니는 매개적 성향에 대한 분석이 발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과 본풀이를 중심으로 제물에 대한 의미 분석이 단편적으로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타종교와의 영향 관계 속에서의 논의는 간과했다는 점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용준의 연구는 무속의 상징물을 제주무속을 이해하기 위해 놓쳐서는 안 될 대상으로 인식해 제주 무속 연구를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게 하였다는 점에서, 그의 연구는 제주 무속 뿐 아니라 물질문화 연구에 있어서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