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음운체계가 서로 다른 두 학습자 집단(일본어, 중국어 모어 화자)의 한국어 파열음의 발음을 녹음한 후 Praat을 활용하여 VOT(Voice Onset Time) 값을 분석하여 한국어 모어 화자와 대조해 본다. 이를 바탕으로 대조분석가설(Contrastive Analysis Hypothesis)과 Flege(1995)의 음성습득모형(Speech Learning Model) 중 어느 주장이 한국어의 파열음 습득 양상을 설명하는 데 더 적절한지 파악해본다.
대조분석가설은 L1과 L2 간의 상이성(dissimilarities)이 높으면 간섭으로 인해 학습이 더디고, 유사성(similarities)이 높으면 학습이 수월하다고 주장한다. 이와는 반대로 음성습득모형은 학습자의 L1과 L2 간의 유사성이 높으면 학습자가 L2 음을 인지하기가 어려워 학습이 더디고, 상이성이 높아야 학습이 용이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두 가설은 L1과 L2를 대조하여 L2 학습을 이해하려고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학습 결과를 예측하는 데는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한국어의 파열음은 기식성(aspiration)의 세기에 따라 ‘평음, 경음, 격음’으로 대립되고, 일본어는 유성성(voicing)에 따라 ‘무성음’과 ‘유성음’으로 대립된다. 중국어의 경우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기식성에 따라 파열음이 대립되지만 무기음과 유기음 두 가지뿐이다. 대조분석가설에 따르면 일본어 화자의 경우에는 경음이 어중에서만 실현되는 제약으로 인해 한국어의 어두 파열음 중 경음 습득을 가장 어려워할 것으로 예측되고, 중국어 화자의 경우에는 중국어에는 없는 평음의 습득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본 실험에서 한국어의 어두 파열음의 VOT를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어 화자의 경우 한국어 파열음 중 격음 습득에 어려움을 겪고, 중국어 화자의 경우 경음 습득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음성습득모형이 한국어의 파열음 습득에서 보이는 특징을 설명하는 데 더 설득력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결과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