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번역’의 관점에서 세계문학의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고찰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번역은 해당 작품이 그 특수성이나 지역성을 뛰어넘어 보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수준에 도달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세계문학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과제이다. 괴테와 맑스가 말한 세계문학론 역시 문학의 국제적 유통과 문화 간 번역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등장하기 어려웠다. 번역으로서의 세계문학을 탐구하는 것은 ‘문학’이 어떻게 ‘세계’를 이동하는가, 문학이 자신의 원천문화를 떠나 목표문화로 나아가는 번역 과정 속에서 어떤 변화를 겪는가, 이런 횡단과 이동이 목표문화에 어떻게 이식, 굴절, 변형되는가에 초점을 두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말하는 ‘번역’은 텍스트 내의 언어적 번역뿐만 아니라 이념들 간의 문화번역까지 염두에 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민주주의, 진보, 계몽, 근대성과 같은 사상이나 이념이 목표문화 속에 수용되어 야기되는 굴절, 혼종, 변형의 과정 역시 번역 개념에 포함된다. 이런 시각을 가질 때, 번역의 등가성이나 투명성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번역과정의 물질성에 주목하게 된다. 번역은 중심과 주변의 불균등성과 비대칭성을 동시에 안고 있는 문제이며 세계문학의 중요한 작동을 드러내는 핵심 기제이다. 번역으로서의 세계문학은 번역의 위치를 항상 염두에 두고 세계문학 공간의 불균등성과 불평등성을 문학의 세계구성을 통해 번역하는 한편 그 번역을 통해 세계문학 공간의 불평등을 정정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