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1982년에 발생한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사건을 둘러싼 한일 교섭을 사례로 하여 제5공화국 시기 대일외교와 한·일관계의 단면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일본의 교과서 왜곡 문제가 불거지자 한국 정부는, 당시 타결을 앞두고 있던 대일 경협차관 교섭에의 부정적인 영향 등을 우려하여 조용한 외교를 통한 교과서 문제의 해결에 주력하였다. 이 문제가 대일외교의 공식 의제로 제기된 이후에는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의한 교과서 내용의 시정(是正)을 목표로 하여 일본 정부와 유력 정치인을 상대로 적극적인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일본 정부에 의한 관련 조치나 입장 표명이 나올 때마다 한국 정부는 이를 국내의 반일여론을 진정시키고 국민감정을 ‘순화’시키는 재료로 삼고자 했다.
전두환 정부는 과도한 반일여론을 관리하기 위해 언론 홍보 등을 통해 이른바 ‘극일(克日)론’을 확산시키고자 했다. 제5공화국 시기에는 일본과의 경제·안보 연대를 위해 역사문제를 ‘관리’해 나간다는 박정희 정부 이래의 정책기조가 유지되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