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록』 은 통시성을 갖는 『법기』 · 『진기』 · 『대기』의 모음집으로서, 그 바탕에는 ‘편자의 의도’라는 공시성이 적극 반영되어 있다. 때로 편자의 의도는 『총수록』 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총수록』 권상의 세 주석서 주기 배열에는 두 가지 특이점이 포착되며, 이 특이점은 편자의 의도와 관련하여 중요한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첫째, 법계도 반시에 대한 과문별 주기에서 발견되는 배열의 법칙성으로서 『법기』 · 『진기』 · 『대기』의 순서이다. 이 순서는 세 주석서의 편찬 시기 순일 수 있다는 추정이다. 『법기』가 『대기』보다 편찬 시기가 빠르다는 사실이 문헌학적으로 밝혀졌고 『진기』가 『법기』 · 『대기』와 마찬가지로 신라시대의 것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추정은 신빙성이 있다.
둘째, 『법계도』 원문에 대한 직접적 주기라고 볼 수 없는 특정 『대기』가 4개소에 배열되어 있다. 그 내용은 각각 법계도관, 도인문의 다의석, 인의 대의, 육상 총론으로서 여타 주기들의 총론 내지 도입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특정 『대기』들은 과문별로 첫 배열된 『법기』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선행연구는 『총수록』 권상이 과문별 첫 배열 빈도가 가장 높은 『법기』가 중심이 되어 편집되었다고 추정하였다. 하지만 주기 배열의 법칙성과 특정 『대기』의 배열로 미루어 『대기』 중심의 편집이라고 추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