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에서는 『장자』 「제물론」의 사상에서 ‘고목사회(枯木死灰)’라는 개념을 감정과 연관시켜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물론」편 천뢰(天籟)이야기를 형이상학체계만이 아니라 감정과 마음의 문제로 독해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이에 따라 분장(分章) 문제를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또한, 이상적 인격의 모습을 묘사한 ‘고목사회’의 의미를 장자의 ‘무정(無情)’에 관한 이해와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였던 관점을 검토하고,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두 측면의 오해의 소지-감정이 없는 무생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목적성을 지닌 경지로서의 ‘고목사회’와 ‘무정’이 아니라는 점-을 분석했다. 이 두 가지는 『장자』에서 이미 언급되고 있으나 이후 중국 불교와 신유학의 수양론의 맥락 속에서 부정적으로 또는 긍정적으로 오독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고, 이에 대한 보다 상세한 분석은 차후 연구과제로 남겼다. 따라서 본 논문은 감정과 마음에 대한 장자의 태도가 이후 당·송대 불교와 신유학의 수양론과 연관하여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검토하기 위한 첫 번째 기초작업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