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법의 제1계율이 보통의 이성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자명하게 파악된다. 선을 추구하고 악을 피하라는 제1원리뿐 아니라 존재를 보존하고 자손을 번식하고 양육하며, 이성에 부합하게 행동하며, 사회 속에서 타인과 협력하고 신에 대한 지식을 추구하라는 일반적 계율도 자명하게 파악된다. 이런 용어를 이해한 사람이라면 일상적 경험을 통해서 일반적 사물이나 사람들이 갖는 자연적 경향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선의 원리로 인정한 제1계율에서 필연적으로 추론된 제2계율은 제1계율과 마찬가지로 필연성을 가질 것이다. 그런데 제1계율에 다른 조건이 부가되어 규정되는 제2계율은 여러 대안에 열려있다. 제1계율에서 개연적으로 이끌어지는 인정법은 그 사회의 상황과 조건을 반영하는 궁극목적이나 공동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렇게 제1계율에서 복잡한 단계를 거치거나 부가적 조건에 따른 공동선을 인식해야만 올바른 인정법이 이끌어질 수 있다.
그러나 임경헌 박사 주장처럼 제1계율이 그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이고 형식적인 선의 규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여전히 제1계율은 윤리적 덕과 실천적 지혜를 움직이는 목적을 제시하며, 특수한 규범들의 일반적 원리로서 기능하며, 그 사회의 공동선이나 궁극목적도 제1계율을 구체화시킨 것이며, 모든 제2계율이나 인정법도 자연법을 기준으로 삼아서 평가되기 때문이다. 공동선이나 궁극목적에 대한 탁월한 지식을 가져야 올바른 인정법을 제정할 수 있지만 이 기준이기존의 제1계율을 완전히 대체하는 새로운 기준이라고 할 수 없다.
자연법이 변할 수 있지만 제2계율에 한정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본원리는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 본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 따라 제2계율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다. 또한 상황과 조건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제2계율이나 인정법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보통의 이성을 가진 사람들이 파악하는 사물과 인간에 대한 자연적 경향성에서 일반적인 규범의 원리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제1계율을 기본으로 해서 궁극목적을 더 잘 이해하고 구체적 상황을 반영하는 공동선을 파악해서 인정법을 제정할 수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 자연법 사상에는 인간의 건전한 이성에 대한 믿음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 규범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보통 사람보다 더 탁월한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