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영장류의 정치적 행위를 통해 ‘권력’의 기원과 생태 및 권력에 관한 일반이론을 검토해 보는 것이다. 즉 ‘권력’이 발생하게 된 이유와 양식 그리고 권력을 쟁취하려고 하는 생래적 의지의 원인을 영장류의 사회적 행위를 통해 살펴보고 권력의 원시적 형태를 분석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지금까지 권력은 복잡한 인간의 역사와 함께하며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특성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권력은 침팬지와 보노보를 비롯한 무리생활을 하는 영장류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사실은 정치철학의 핵심주제라 할 수 있는 ‘권력’의 기원과 원시적 모습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사회적 행위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여 본 연구는 침팬지의 사례를 통해 권력을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 권력은 기존의 이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한 개인이나 개체가 가진 능력들의 우월성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체들의 연결접속으로 구성된 연맹이나 연합 등 네트워크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무리 동물들은 철저하게 네트워크에 의해서 서열을 구성하며 어떤 네트워크에 연결접속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생존의 기반이 되는 먹이와 자손을 가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에 대한 생래적 욕구가 네트워크를 구성하며 그 네트워크는 권력을 생산하고 다시 네트워크와의 연결접속을 만들려고 하는 개체들을 통제하며 가치를 생산하여 개체들의 행위를 제약한다. 고도의 정치적 기법으로 자신들만의 관계와 서열을 그물처럼 엮어가는 침팬지들의 행동은 우리에게 권력에 대한 욕망과 그것에 대한 추구가 인간의 기원보다 더 오래되었음을 통찰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