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에서 조명하고 있는 극중 인물들은 체화된 전쟁(embodied war) 속에서 폭력에 노출된 채 죽음으로 내몰린 ‘벌거벗은 생명’, ‘호모 사케르(Homo Sacer)’라고 할 수 있다. 전혀 다른 시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각각의 서사들이 분절되고 파편화된 장면들로 교차, 편집되며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이 극의 전개방식은 이러한 폭력에 노출된 호모 사케르적 삶이 ‘지금, 여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듯한 극적 효과를 자아내며, 현대인이 처한 삶의 조건 자체를 비극으로서 생생하게 감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개인과 주권 권력 사이에 놓인 근원적인 질문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이끌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