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 등록 경위를 계보학적으로 검토하면서 이 유산군이 갖는 특징 및 그 정치적 성격을 규명하고자 했다. 이 유산군은 마치 메이지의 유령에 사로잡힌 듯 계속해서 메이지 예찬을 부르짖어온 아베 정권기에 등재가 결정되었고, 그 과정에서 문화청이 주관하는 다른 문화유산과는 달리 내각관방이 주도적으로 관여해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상징으로서의 역할을 고찰하는 것이 그 유산의 성격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의 공식 스토리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러한 공식 스토리가 내포하고 있는 한계를 서구중심적인 근대화론의 맹목적 수용 및, ‘노동’과 ‘식민주의’적 관점의 결여라는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했다.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군은 등재 이후 현재까지 계속해서 일본 국내의 비판은 물론,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외교적 마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 점에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의 정치적 함의를 고찰하는 것은 21세기 동아시아 기억의 정치의 한 단면을 재구성하는 작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