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국 현대미술사 연구에서 산출된 단색조 회화에 관한 30년간의 실적을 시대순으로 개관하고 그 동향을 살펴 본 것이다. 미술사 연구의 책무에서 단색조 회화의 발생과 전개과정 및 배후의 영향을 운동사의 역학과, 국제적, 사회적 관계 등의 다양한 맥락에서 다루기도 했지만, 상당수가 담론을 텍스트로 한국적 모더니즘의 실상과 논리를 규명하는데 치중했다. 이러한 한국적 모더니즘의 정체성이나 정신성 논의는 전통성 또는 한국성 문제를 중심으로 개진되었다. 그 요소로 백색 미학과 무위(無爲)사상에 초점을 두고 주로 해석되었는데, 여기에 민예론과 문인화론과의 관련설도 제기되었으며, 평가는 이들 이론을 타자성으로 보느냐 주체성으로 보느냐에 따라 갈렸다. 타자성은 일제강점기 식민지 담론의 계승이란 측면에서 비판되었다. 이우환에 대한 논쟁도 그의 이론적 기반인 근대 초극론이 제국 일본의 대동아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나 그 부활인지 후기 모더니즘의 탈중심주의 소산인지에 따라 나뉜 것으로 보인다. 한국적 모더니즘 이론의 주체화를 시도하는 논의는 박서보를 기원의 중심에 두고 비애미와 민예론에서 문인화론의 맥락에서 보거나 무위사상의 강조 또는 이를 한국적 자연주의와 정서로 해석하는 경향이 많다. 단색조 회화가 전후 추상미술 운동의 맥락에서 이루어진 국제화의 소산이며 수용미술이라면, 형식이나 내용에서 수용 지역의 역사와 시대, 사상과 정서의 상황을 반영한다는 것은 문화전이의 보편적 현상이다. 따라서 단색조 회화에서 발현된 한국적 모더니즘의 정체성이 타율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냐, 자율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냐 라는 이분법적 논의 보다, 타자를 어떻게 주체화하려 했는지에 대한 규명이 보다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