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백제와 태봉이 각각의 국체를 가지고 있었던 만큼 이것이 문화에도 영향을 끼쳐 각국의 독특한 문화 특질을 형성하였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함에도 지금까지의 연구는 이 시기를‘羅末麗初’ 곧 ‘신라 말~고려 초’라는 모호한 시기로 부르면서 불러왔다. 후삼국기의 문화적 독자성을 부정하고 단순히 통일신라 문화의 연속으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짙었다.
다만, 최근 들어서 불교미술 연구 분야에서 후백제와 태봉을 구분하여 그 특징을 살펴보려는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어 상당히 고무적이다. 본 논문은 불교석조미술 관련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후삼국기 후백제와 태봉의 문화의 특징이 무엇이었는지 밝히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우선후백제와 태봉으로 나누어 정권과 밀접한 대표적인 불교석조미술품들이 무엇들이 있으며, 그 특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아울러, 후백제와 태봉의 불교석조미술품이 후대에 어떠한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해서도 검토하였다.
후삼국기의 이 두 국가는 각각 백제와 고구려의 계승을 내걸었음에도, 時空의 한계로 신라 하대 불교미술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인다. 그러함에도 두 나라는 나름의 정체성을드러내는 불교석조미술품을 만들었다. 두 나라의 이러한 불교석조미술품은 고려시대에도 영향을끼치는데, 후백제지역에서는 견훤에 의해 자각한 백제귀소의식의 발현으로 백제 복고양식 석탑과석불이 조성되었다. 반면, 태봉지역에서는 미륵불로서 궁예가 각인되어, 몽골 침입과 같은 어려움을 겪었을 때 소위 ‘궁예미륵’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