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는 한일 회화교류에 대한 연속적인 2차 연도 연구 중 두 번째 논문으로서 에도시대 19세기 중 일본과 조선의 회화 교류와 소통의 양상을 고찰한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增訂古畵備考』 중 50권과 51권에 수록된 「高麗朝鮮書畵傳」(이하 서화전이라 함.)을 중심으로 19세기 일본에서 유통되던 한국 서화의 정보와 이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 및 평가 등을 검토하였다. 본고에서는 특히 일본의 상황과 조건을 전제로 한일 회화교류의 문제를 접근하는 방법론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방법론을 통해서 한국 측의 입장과 시각을 강조하여 온 그간의 연구를 넘어서 한일회화교류 연구에 새로운 시각을 더하고자 하였다.
먼저 서화전에 수록된 고려와 조선 회화 관련 자료를 중심으로 수록된 주요한 작품과 기록을 제공하거나 수장한 일본의 수장가 및 수장처를 발췌하여 1. 가노파 인사, 2. 개인 수장가, 3. 다이묘, 4. 사찰, 5. 출판물 등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정리하였다. 이를 통해서 에도지역에서 활동하던 서화전의 著者가 한국 관련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하였고, 다양한 계층의 인사들을 접촉하였으며, 에도뿐 아니라 조선과의 교류가 많았던 지역이나 수장처의 자료를 적극적으로 수집한 것을 확인하였다.
서화전의 저자가 가노파[狩野派]와 긴밀한 관계를 가졌던 배경에서인지 수장가 및 수장처의 경우에도 가노파와 관련된 사례가 많았다. 개인 수장가의 경우에는原本 『古畵備考』의 정보 제공자들 중 주요한 인사들이 서화전의 정보 제공자, 또는 수장가로서 인용되었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개인들이 인용되었다. 조선과의 교류가 많았던 지방의 다이묘들과 에도 및 지방의 여러 사찰들도 주요한 수장가 및 수장처 역할을 하였다. 다이묘와 사찰의 수장품들은 작품의 수준이나 중요도 면에서 주목할 만한 경우가 있었다.
다음으로 한국 회화의 작가, 국적, 화풍, 진위 등을 거론한 감평을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대표적인 사례를 고찰하면서 감평의 양상과 특징을 정리하였다.
감평의 경우에도 가노파 관련 인사 및 수장가의 의견을 인용한 사례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작가나 국적, 화풍에 대한 서화전 저자의 의견이 인용된 기존의 견해와 다를 경우에는 기존의 의견과 저자의 의견을 함께 수록하여 감평의 객관성을 확보하였다. 저자는 화풍이나 기법뿐 아니라 관서의 서체, 도장의 진위 문제 등도 거론하면서 본격적인 감정을 하기도 하였다.
에도시대에 유행한 古畵趣味를 배경으로 숙련된 감식안과 기준을 가졌던 서화전의 저자는 한국 관련 서화 정보를 발췌하고 작품을 평가, 감정하는 데 있어서 전문가로서의 기량을 발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화전에 수록된 작가, 국적, 화풍 등에 대한 논의를 현재의 시점에서 분석하여 보면 때로는 잘못된 판단과 불충분한 정보를 제시한 경우들도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에도시대 19세기 중 한국 회화에 대한 정보와 지식의 상황을 시사하고 있으며, 이는 곧 서화전의 특징인 동시에 한계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서화에 대한 서화전의 정보를 인용하거나 활용하려는 경우 서화전이 가지는 이와 같은 특징을 감안하여 비판적으로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