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개정 상법에서 신설된 단체보험규정인 제735조의3은 근로관계와 보험관계가 결합된 독특한 형식을 도입하였다. 따라서 단체보험에 관련된 대부분의 쟁점에 대한 해석도 이 특징을 간과하면 타당한 결론에 이르기 어렵다. 단체보험규정은 신설 당시 단체보험의 개념이나 성립요건 및 효력요건 등을 상세히 제시하지 않은 불완전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 규정은 타인의 생명보험으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진 단체보험에서 상법 제731조에서 요구하는 타인의 서면동의를 면제하며, 보험증권은 보험계약자에게만 교부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 결과 이 규정이 적용된 사례에서 법리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여러 가지 치명적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었다. 따라서 2014년의 개정 상법에서는 제3항을 신설하여, 단체보험계약의 경우 보험계약자가 피보험자가 아닌 자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하는 경우 단체의 규약에서 명시적으로 정한 경우 외에는 제731조 제1항이 규정하는 그 피보험자의 서면에 따른 동의를 받도록 하였다.
본 논문의 검토대상 대법원 판결은 위의 단체보험규정의 개정 이후 나온 첫 번째 사례이다. 제3항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단체의 규약에서 해당 단체보험계약상의 보험수익자를 피보험자 또는 그 상속인이 아닌 자로 지정하는 경우, ①단체규약상에서 기업을 보험수익자로 한다고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고, 이를 피보험자인 근로자 혹은 근로자의 대표가 동의하면, ②상법상 요구되는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면제된다는 결론이 된다. ①의 부분은 노동법상 근로관계에서의 동의이고, ②의 부분은 상법상 보험관계에서의 동의이다. 본건과 같은 제735조의3 제3항의 적용에 있어서는 규정의 신설 취지와 문장구조를 고려하여, 근로계약상의 동의에 방점을 두고 해석론을 전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본건은 단체규약상 보험수익자를 명시하지 않고서 단체보험계약의 체결시에 보험수익자로 지정된 보험계약자인 기업에게 보험금이 지급된 사례로서, 이에 대하여 1심과 원심 및 대법원 판결은 모두 단체보험규정의 개정취지에 충실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 즉 보험계약의 법리에 따라 단체보험계약 체결을 한 이상 그 보험계약은 유효하고, 다만 제3항의 취지에 비추어 보험수익자를 기업으로 지정한 부분은 효력이 없다고 본다. 이는 과거 헌법재판소의 단체보험규정 위헌심판 결정에서 나타난 반대의견과 일맥상통하는 결론임과 동시에, 향후 노사관계는 대립과 투쟁이 아닌 공동운명체로서의 상생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향점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상법 제735조의3 제3항을 신설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본건 단체보험계약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보험금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의 입장은 타당하다. 그러나 동 규정이 단체보험에 관한 모든 쟁점들을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으므로, 단체보험의 법적 성질의 확정, 제731조 제2항 및 제732조 단서 등은 개정되어야 할 향후의 연구과제임을 지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