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리얼리즘(사실주의)이란 용어가 남북한 문학장, 특히 문학비평사에서 어떻게 개념화되고 활용되었는지 한반도적 시각에서 비교한다. 먼저 남북한 문예이론서와 비평 논쟁에 나타난 리얼리즘 용어·개념을 창작방법, 문예사조, 미학 차원에서 공시적으로 살펴본다. 다음으로 해방기 조선문학가동맹의 '민주주의 민족'문학, 1950-60년대 북한 조선작가동맹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문학, 1970-80년대 남한 민족문학작가회의의 '민족·민중'문학에서 리얼리즘 개념이 어떻게 변모했는지 통시적으로 분석한다.
그 결과 한반도 남북에서 리얼리즘문학의 외연과 내포가 개념적으로 가장 근접한 때는 1950년대 말(북한)과 1980년대 말(남한)임을 확인하였다. 그 외 다른 시기에는 리얼리즘 문학 개념이 서로 분리되고 상호 경쟁하였다. 남북한의 적대적 경쟁 속에서 상대편 문학을 금기시하거나 주변화하는 헤게모니 다툼의 이론적, 개념적 준거로 리얼리즘 개념이 작용하였다.
한반도적 시각에서 남북한 창작방법과 사조를 비교할 때, 가령 남한의 다양한 문예사조들, 195,60년대의 실존주의, 자연주의, 형식주의, 모더니즘, 1990년대 이후 포스트 담론과 포스트모더니즘은 북한에서 부르주아 반동 미학으로 비판받는다. 반대로 북한의 유일 사조인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주체사실주의는 남한에서 종북 좌파의 금기 대상으로 낙인찍힌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씌어질 통일된 민족문학사를 염두에 둘 때, 분단체제 하 남북한 문학의 창작방법과 미학, 문예사조는 분단 이전의 광의의 리얼리즘, 비판적 리얼리즘 수준의 공통항 외에는 찾기 어렵다고 아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