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과 유라시아 공간에 거주하는 민족(러시아인과 우즈베크인)들 사이의 문화접변을 통해 형성된 고려인의 독특한 명절문화를 살펴보고 있다. 초기 디아스포라 지역인 연해주에서 전통명절을 기념하는 전통은 1937년 강제 이주 후에도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공동체에서 여러 가지 변형을 겪으면서도 잘 지켜져 내려왔다. 우즈베키스탄 디아스포라 삶에서 고려인 명절은 중앙 아시아인들과 공존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문화 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변형을 이루긴 하였지만 전통적인 기본은 유지한 채 존속되어왔다.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들은 다민족 국가 우즈베키스탄에서 타민족들과 공존하여 살면서, 공동체가 와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한민족의 전통 명절보존을 더욱더 강화했다.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들은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문화는 정체성이 동일한 사람들이 조밀하게 모여 살 때에는 유지의 가능성이 커지지만, 반대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이산되어 살아가게 되면, 그동안 함께 공유되어왔던 전통적인 요소도 더 빨리 상실하게 된다는 것을 초기 연해주의 디아스포라 삶의 경험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분산되어 가고 있었던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공동체를 통합할 수 있는 상징 주위로 모이게 하는 구심점을 ‘전통명절’로 보았다.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이주 된 이후 고려인의 명절기념은 전통고려인의 명절인 설날과 한식, 그리고 러시아의 최대 명절 ‘노브이고트’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음력 1월1일인 고려인전통 설날에 진행된 설날차례와 세배의 풍습은 현재 사라지고,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의 문화가 고려인 사회에 유입되어, 공연 위주의 설날 행사를 가진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의 모든 고려인들이 반드시 기념하는 전통 가정의례는 ‘돌잔치’와 ‘환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