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운동과 세속적인 출세의 경계에서 방황하였던 필자와 같은 386세대에게 리영희는 ‘사상의 은사’였다. 광주의 아픔과 군부독재에 저항하였던 기억을 공유한 386세대는 어느덧 세상을 이끌어가는 기성체제가 되었다. 이들 가운데는 고시 출세파도 있고, 정치인과 기업의 임원이 된 사람도 있다. 386세대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리영희의 언론사상은 현상과 구조에 대한 비판과 진실을 드러내는 정명이다. 신문 중심의 시대에 살면서 독재 권력에 저항하였던 리영희의 언론사상을 인터넷 시대의 언론개혁과 연결 짓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자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약자 위에 군림하는 기회주의 언론’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리영희의 언론사상을 지금의 언론개혁으로 승화하는 것은 시대적 책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