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및 경영자로 하여금 ESG관련 경영의사결정이 담보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을 “실질적인 ESG경영법제”라고 할 때 21대 국회에 상정된 법률안 중 이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반면 외국에서 ESG경영을 법제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하여 정비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ESG관련한 공시제도의 정비이고, 다른 하나는 이사의 의무이다.
우선 EU, 영국, 미국 일본 등을 살펴보면 기업의 ESG정보의 품질ㆍ양의 증대 그리고 기업경영의 투명성ㆍ책임성 확보목적으로 기업공시제도에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 ESG정보를 의무공시사항으로 한 EU와 영국의 경우 공시부담을 고려하여 ‘원칙 적용, 예외 설명(comply or explain)’방식과 안전조항(safe harbor)의 인정 및 거래소규정 내지 국제기구가 제정한 보고기준 등의 연성규범(soft law)을 원용하는 등 유연하게 설계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의무공시보다 국제기준의 보고기준 원용과 주주제안 등의 주주행동을 통한 ESG정보 개시 요구 등을 SEC가 지원하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ESG 정보 공시제도가 실효성 있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이사의 의무 또한 ESG경영을 추진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아야 한다. EU나 영국은 이사의 의무와 관련하여 ESG 경영추구가 장애가 되지 않도록 명문의 근거규정을 두고 있는데 반해 미국과 일본은 법령준수의무와 업무집행을 감시․감독하는 이사의 주의의무의 일환으로 접근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융위원회는 ESG정보 공시활성화를 위해 거래소 자율공시를 활성화하되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ESG공시제도를 설계함에 있어 자본시장법상의 공시제도와 정합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투자자의 관점에서 ‘중요성’ 기준을 판단하여 ESG정보 공시에 접근하는 SASB의 공개기준을 참고할 수 있다. 반면에 한국거래소가 제시한 정보공개 가이던스는 이해관계자측면에서 중요성을 판단하도록 하고 있어 법령과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다만 거래소는 투자자를 포함한 광의의 이해관계자에게 수요가 있는 ESG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탄력적이고 유연한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우리법상 회사 경영진이 ESG요소를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ESG이슈가 재무상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경우 이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이사의 의무 위반이 될 수 있으며 투자자들이 투자대상기업과의 대화를 비롯하여 주주제안 및 주주대표소송 등 적극적인 주주행동을 보이는 경향 그리고 기후변화이슈를 금융산업, 투자자 및 회사의 광범한 이해관계자들이 체계적 위험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상황에서 이사가 이런 위험에 대한 인식을 결하고 있다면 선관주의 의무 위반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향후 ESG와 관련하여 이사의 의무에 관해 법에서 보다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