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지방자치 이후 한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의 관계 설정에서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분권의 구조를 밝히고자 하였다. 그리고 바로 이 분권이라는 과제가 한국 지방자치가 직면한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하는 잘못 설정된 지향점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였다. 지방자치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지방정부는 여전히 재정적인 측면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의존성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정부 간의 격차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연구는 이와 같은 격차에서 발생하는 지방정부 간 이해관계의 분화가 분권의 과제를 더욱 어려운 것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 연구는 분권 과제의 곤란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요인으로 지방정부의 역량 측면에도 주목하였다. 단체장의 막강한 권한에 의한 지방 관료제의 정치화 현상, 역량 정체 등은 풀뿌리 민주주의에도 행정서비스의 효율성 제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는 현재의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에 대한 행정서비스 수준의 제고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방정부와 단체장에게는 충분한 권한을 주고 있는 현실의 반영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지방정부의 주민들이 지방자치가 줄 수 있는 ‘차이’에 대해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여전히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는 중앙정부가 해결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보는 것은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중앙정부-지방정부 관계의 현실은 현재 일반적으로 합의가 되고 있으며 또 규범적으로 올바른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분권의 강화라는 과제를 근본적인 수준에서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드러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