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국내에서는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은 짐멜의 죽음관에 대해 규명하고 있다. 짐멜은 당시의 생철학자들과는 달리 삶과 연관된 죽음의 문제에 깊이 연구하면서 죽음을 주체로서의 개인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파악한다. 죽음은 단순히 삶의 외부에 설정된 경계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짐멜은 죽음을 밖에서 기다리는 난폭한 존재나 어느 특정한 순간에 인간에게 덮쳐오는 운명, 등 뒤에서 비수로 찌르는 사신으로 파악하지 않고, 실존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죽음이 삶 자체에 불가피하게 내재해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당시에 죽음을 이해했던 낭만주의자들의 사고방식을 깊이 수용하면서 자신의 철학을 전개해 나갔던 짐멜은 죽음이 ‘삶의 내재적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생철학자들이 죽음의 문제를 삶의 종말이나 혹은 삶과 대립하는 개념으로만 단순하게 파악했다고 비판한다. 이 점이 당시의 생철학자들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짐멜 사유의 독특함이다. 짐멜에게 중요한 것은 죽음을 삶의 형식과 관련하여 파악하는 것이고, 이러한 파악은 죽음을 해명하는 실마리이자 핵심 개념인 ‘삶’과 ‘형식’에 대한 고찰이 선행될 때 더욱 분명해진다. 그런 점에서 본 논문은 우선 삶의 본질과 형식에 관한 형이상학적 논의로 시작한 뒤, 죽음과 불멸에 대한 논의로 확대, 심화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