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데카르트의 실체 이론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체 이론을 창시하였으나 그의 실체 이론은 유, 종 개념에 묶여 있었다. 데카르트는 자연학을 일종의 기하학으로 환원하면서 새로운 자연학에 맞게 실체 이론을 수정한다. 그리하여 유, 종 개념 대신 그는 최종 한정가능자로서의 “주된 속성”을 통해 실체의 본질을 정의한다. 이는 실체의 다른 속성들이 주된 속성의 한정자로서 이해된다는 것을 함의한다. 본 논문은 『철학원리』의 텍스트들을 통해 데카르트의 실체, 속성 이론을 분석함으로써 이러한 해석의 타당성을 입증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자연학을 일종의 기하학으로 보고자 하는 관점은 주된 속성과 실체를 동일시하게 된다는 것을 살펴볼 것이다. 기하학과 자연학은 연장과 연장의 다양한 양태들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같은 것이다.
그러나 본 논문은 더 나아가 실체와 주된 속성의 동일성에도 불구하고 실체와 주된 속성 사이에 의미론적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그리하여 첫째, 주된 속성이 한정가능자 외에 “추상에 저항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살펴보고, 데카르트가 보낸 수신인 미상의 편지(1644)에서 실재적 구별이 이성적 구별을 포괄하는 것으로 기술된다는 것을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실체와 주된 속성 사이의 이성적 구별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베이사드의 해석을 통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베이사드는 무한 실체인 신과 유한 실체 사이에 모종의 유비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유비관계를 바탕으로 그는 실체가 양태들을 산출하는 인과적 ‘힘’이자 양태들을 하나의 구체적 실재로서 종합하는 ‘능력’이라는 것을 밝힌다. 결론에서 우리는 이러한 해석이 자연학과 관련하여 어떤 함의를 지니는지 고찰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