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유네스코와 국가 무형문화유산 제도가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민속문화론에 입각해서 분석하고 설명해 본다. 한국과 서구의 많은 민속학자들은 유네스코와 한국 국가의 무형문화유산 체계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면서 제도가 무형문화유산 혹은 무형문화재를 표준화시키고 고정화시키는 점을 지적한다. 무형문화유산이 고정되지 않고 표준화되지 않으며, 살아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전승주체들이 가지고 있는 전승 의지와 이에 따른 무형문화유산의 유동적 변화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주체들이 무형문화유산의 형식과 내용, 전승방법 등을 변경시킬 수 있도록 제도 변경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비판의 핵심이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미시적 문화연구가 가지는 한계를 비판적으로 보며, 거시적인 관점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나는 어떤 무형문화유산도 민속세계에만 존재하지 않으며, 제도화되는 순간 시스템화하면서 민속문화에도 영향을 주는 거시적 차원을 민속학자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학자들은 무형문화유산이 시스템화하는 것이 무형문화유산의 생동성을 방해한다고 간주하지만, 나는 문화의 시스템화는 국가가 중요한 전승주체로 등장하는 현대 세계에서 불가피하다고 보며, 국가가 제도화시킨 시스템 문화가 생동성을 일정정도 고정시키지만, 역으로 최소한으로 보장한다고 본다. 아울러 이러한 문화시스템은 경제/정치와 연계되면서 좀 더 강한 상징성을 가지게 되고, 민속세계의 무형문화유산의 발전 혹은 다양화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시스템과 민속의 양면성에 대한 고려를 통해서 유네스코와 국가 무형문화유산 제도의 긍정성과 부정성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음식무형문화유산에 속하는 김치민속은 유네스코 선정 과정이 순조롭지 못하였다. 김치문화로 선정되지 않고 김치문화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김장문화로 지정되었는데, 이에서 우리는 유네스코 선정 제도가 가지는 문제점과 표준화 내지는 고정화 측면을 읽어낼 수 있다. 아울러 유네스코가 지정하고 있는 하위범주도 김치문화를 비롯한 음식민속을 대표목록화하는 데에 방해가 된다. 민속문화는 5개 하위범주를 모두 포괄할 때도 있고, 한국이 지정한 7가지 하위범주에 모두 해당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장문화의 지정이 표준화만 가지고 온 것이 아니라 다양한 김치상품을 개발시키기도 하고, 김치의 가치를 높이기도 하였다. 아울러 김치가 좀 더 현대화된 민속문화 속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인정받는 계기도 만들었다. 국가나 유네스코가 문화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이상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없다. 아울러 무형문화유산을 지정함에 있어서 사회전승주체의 의도적 의지만을 중시할 이유도 없다. 막연한 관습적 의지에 기반한 전승사회공동체만 존재하더라도 무형문화유산은 전승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때 무형문화유산의 문화적 구조나 체계가 중요하다. 무형문화유산의 문화적 체계가 가지는 보편성이나 진정성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무공동체적 무형문화유산의 전승도 가능해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