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미술의 존재론적 이행은 ‘아름다운 자연’으로 대변되는 이상적인 세계의 재현(현대 이전)으로부터 ‘순수한 예술’로 대변되는 초월적인 세계의 구성(모더니즘)을 거쳐, 참으로 문제는 많아도 피할 수 없는 우리네 현실의 내재적인 세계와 접속(아방가르드와 포스트모더니즘)하는 위치를 지나, 이제 동시대 미술에서는 참여하는 위치로 이동했다. 이 논문은 현대 미술의 동시대적 전환을 연접과 이접의 관계로 보는데, 연접은 두 시대가 반예술의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이접은 그 문제의식을 실천하는 방식과 결과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2019년은 코로나 팬데믹이 인류를 미증유의 위기로 몰아넣으며 기존의 ‘노멀’을 무화시키고 ‘새로운’ 노멀의 수립을 요청하기 시작한 시점이고, 또한 현대 미술이 동시대적 전환을 이룬 1989년 무렵으로부터 한 세대가 지난 시점이기도 하다. 그동안 동시대 미술은 이전 시대 미술의 텍스트성을 넘어 실제성(actuality)으로 나아가려는 다양한 모색을 경주해왔다. 그러나 이 논문은 동시대적 전환의 주축을 비판적 담론성의 실제화라고 보며, 이 관점에서 오늘날 요청되는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작업 기준들을 세 명의 미술가 클레르 퐁텐, 트레버 파글렌, 케리 제임스 마셜을 중심으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