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첫째 김수영이 산문에 니체를 인용한 부분을 살펴보았다. 니체가 즐겨 썼고 김수영도 썼던 “Homo sum, humani nil a me alienum puto”는 김수영의 세계관과 겹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둘째, 「달나라의 장난」과 「헬리콥터」에 나오는 “스스로 도는 힘”이 위버멘쉬와 통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시를 썼을 때 김수영이 니체를 읽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연히 겹쳐 있는 두 작가의 글을 만난 것이다. 그 “스스로 도는 힘”는 위버멘쉬와 통하고 영원회귀와도 통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수영과 니체의 관계를 한 편의 논문으로 쓸 수 없었다. 아직 써야 할 내용이 많다. 「폭포」에 나오는 “떨어진다”는 동사와 니체의 몰락과의 비교 등은 전혀 언급하지 못했다. 김수영과 니체 사이의 ‘창조적 차이’에 대해서, 니체에게 보이지 않고 김수영에게 보이는 ‘식물성 다중(多衆 multitude)적 혁명론’에 대해서는 전혀 쓰지 못했다. 김수영의 공동체론은 니체보다는 스피노자의 『정치론』에 가깝다. 두 사람은 시대도 다르지만, 두 사람의 생각에는 닮음과 다름이 있다. 둘 사이의 닮음, 둘 사이의 다름은 여전히 미래를 열어가는 유효한 시각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