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분청사기의 조형이나 장식 기법의 원류가 고려말 상감청자나 원·명대 자주요 자기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선행 연구보다 관점과 범위를 확대하여 중국 북방 지역에 형성된 자기 문화권 안에서 조망하고자 하였다.
한반도에는 조선초 건국세력의 일부였던 여진계 집단의 귀화와 고려말부터 조선 15세기까지 지속적으로 진행된 북방 이민족의 이주와 정착으로 중국 북방지역의 자기문화가 빠르게 유입될 수 있었다. 따라서 15세기 초에 제작되는 상감분청사기의 조형에서부터 북방 자기의 요소가 확인되며 북방민족과의 교류 및 이주가 많아지는 15세기 후반에는 충청도, 전라도 일대에서 철화와 박지분청사기, 귀얄과 덤벙분청사기 등으로 확산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또한 청자에서 백자로 이행되는 과정 중에 粉粧 자기의 단계를 거치는 현상은 조선 15세기 분청사기뿐만 아니라 원말·명초 중국 북방지역 자기에서도 볼 수 있었다. 중국의 경우도 남방 지역에서 청자에서 백자로의 전환이 빨리 이루어졌지만 북방지역은 청자에서 粉粧 자기의 단계를 거쳐서 백자로 이행되었다. 조선초 분청사기가 고려말 상감청자에 이어서 탄생·변화하는 과정 중에 한반도가 중국 북방 자기의 문화권 안에 포함되었고, 결과적으로 분청사기에 새로운 조형과 기법이 등장하는 배경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