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 서세옥(1929~2020)은 1945년 해방된 신생 조국 ‘민족미술 건설’의 최전선에서 탄생한 '한국화' 1세대의 대표 주자이다. 그가 1949년에 창설된 제1회 국전의 동양화부에서 최고상을 받은 이후의 행보와 궤적이 근대적인 '동양화'에서 현대적인 '한국화'로의 새로운 창작세계를 선도한 의의를 지닌다. 특히 제2차세계대전 전후(戰後) 냉전시대의 서방에서 ‘세계의 언어’로 확산시킨 추상을 서화 또는 문인화의 사의(寫意)와 수묵사상으로 재전유하고, 이를 고유의 지필묵을 통해 현대화와 국제화를 추구함으로써 ‘한국화’에서 비구상시대의 활로를 개척하였다. 서세옥은 수묵추상으로의 전환을 화단의 전위적인 개혁풍조 맥락에서 단계별 변화과정을 통해 추구하였다. 초기의 신동양화풍에서 1954년 전후하여 사의의 현대적 조형을 추구하며 변혁을 시도했으며, 1957년 무렵부터 수묵 추상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이를 자신이 주동하여 결성한 묵림회를 통해 1960년 초부터 발표하기 시작했다. ‘묵상’의 계보에서 1961년 후반 무렵부터 추상표현으로 심화했다가 1960년대 후반 경 필묵의 점과 선을 창생적 창작의 모태로 재인식하면서 상형 추상을 거쳐 인간 이미지를 서체 추상으로 창출하여 특유의 산정양식을 이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