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지배’는 대다수 현대 국가가 공유하는 헌법의 기본원리다. 법이 지배하는 국가에서 인간 삶의 제반 문제는 법을 통하여 규율되며, 특히 분쟁해결은 사법적 구제를 원칙으로 한다. ‘사법에의 평등한 접근’은, 법의 지배의 불가결한 전제로서 매우 중요한 헌법적 이상이라 하겠다. ‘사법에의 평등한 접근’ 이란 헌법적 이상을 권리형태로 환언한 것이 사법접근권이다. 사법접근권은 헌법적 위상을 가진 기본권이다. 사법접근권은 재판청구권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나, 그와 구별되는 고유한 의미를 가진 독자적 권리다.
이 글은 사법접근권을 중심에 두고 민사소송법이 정한 소송구조제도를 헌법적으로 고찰한다. 이미 여러차례 헌법재판소에서 소송구조제도에 관한 민사소송법 규정들을 두고 위헌심사가 있었으나, 재판청구권을 위주로 한 단편적 이해 탓에 소송구조제도의 헌법적 문제가 충분히 해명되지 못했다. 소송구조는 재판청구권의 간접적·부수적 보호영역이 아니라 독자적이며 고유한 헌법적 의의를 가진 사법접근권이란 기본권의 실천이다. 따라서 사법접근권에 직면할 때 소송구조제도의 헌법적 문제를 온전히 살필 수 있다.
사법접근권의 보장 여부가 절차나 분쟁유형에 따라 획일적으로 재단될 순 없다. 그럼에도 우리 법체계는 형사영역에 비하여 민사절차에서 사법접근권 보장을 소홀히 다뤄왔다. 가난한 민사소송의 당사자에게 ‘소송구조를 받을 권리’가 주어지는 것은 사법접근권의 당연한 내용이다. 물론 사법접근권도 때에 따라 제한될 수 있지만 권리의 본질이 침해되어선 안 된다. 민사소송법이 정한 소송구조의 요건과 효과는 사법접근권의 본질적 내용마저 침해할 수 있는 위헌성을 내포한다. 또 현행 제도는 예산부담 등 현실적 제약조건에 매몰되어, 정작 소송구조의 권리성을 간과한 채 운용되고 있다. 헌법적 관점에서 소송구조제도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면서, 사법접근권의 실현, 더 나아가 사법접근권의 근거가 되는 법의 지배 정신과 평등의 헌법적 가치실현을 고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