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인간의 근본적 가치를 둘러싸고 문제되는 낙태 관련 이슈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맥락을 아우르는 민감한 사회적 논제이다. 미국에서 낙태의 제한을 위한 입법적 시도는 종교적 색채와 보수적 성향이 강한 주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이루어져 왔으나, 이들은 대부분 수정헌법상 사생활의 자유와 이에 터잡아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연방대법원 판례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2013년 이후 이른바 ‘심장박동법’(Heartbeat Law)의 입법을 통해 낙태 제한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입법적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생명을 상징하는 ‘심장박동’을 기준으로 낙태의 허용・금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이 주장은 절대적 가치인 생명의 존중에 대한 호소를 통해 낙태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려는 시도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법원의 결정에 의한 유사한 법률들의 잇따른 무력화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입법적 시도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최근에는 법률의 무력화를 회피하기 위한 입법적 우회로가 동원되는 등 임부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보호 사이의 균형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과 이후 입법촉구기간의 도과에 따라 낙태에 대한 입법적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맥락은 다소 다르지만 미국과 마찬가지로 그 해결을 위한 혜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글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미국의 낙태 관련 입법과 판례의 동향에 대한 분석을 통해 향후 낙태의 허용과 제한의 기준에 관한 아이디어를 모색해 보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