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절대자유, 절대사랑, 그리고 절대자연에 서 있다. 그는 자연에 귀를 대고 들으라고 한다. 자연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한다.
이 글에서 우리는 세 가지를 보았다. 첫째, 김수영 시에서 식물성은 초기시부터 나온다. 특히 「구라중화」에서 꽃은 설움을 극복하는 상징으로 등장한다. 둘째, 다중이라는 혁명의 주체를 김수영은 식물성 이미지로 재현한다. 풀이나 물방울이나 채소밭처럼 자연이 품고 있는 생성의 힘으로 혁명을 묘사한다. 김수영이 스피노자의 『정치론』을 읽었다는 메모는 없지만, 대단히 스피노자적이다.
셋째, 김수영 자신이 함석헌을 읽으라 권했는데, 김수영의 혁명론과 함석헌이 말한 '씨알'의 의미는 비교할 만하다. 두 사람은 씨알 혹은 씨앗과 뿌리라는 식물성을 통해 자아의 깨우치고, 혁명을 이루는 힘으로 삼았다.
‘각자의 자연권을 최대한 보존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스피노자의 정언을 김수영은 풀, 꽃, 눈 등으로 형상화 했다. 실감나게 농촌살이를 재현한 그의 시를 읽으면 김수영을 모더니스트로만 한정하기는 어렵다. 김수영의 시에는 삼라만상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주역』에서 보이는 자연주의가 분명히 흐른다. 교과서에 많이 실려 있는 「파밭가에서」「풀」의 생명성은 그가 지향하는 생명성을 근본에 두고 있다. 그가 혁명을 얘기할 때 쓰는 눈, 물방울, 파, 풀 등은 모두 자연을 상징한다.